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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어려운 해외직구, 中은 왜 반품까지 쉽나

작성자
SDR
작성일
2023-04-05 10:37
조회
257
지난 1일 오후 2시 중국 산둥반도 최동단 웨이하이시의 ‘웨이하이 보세구역’은 오전에 주문이 들어온 해외직구 상품들을 배송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각국의 상품들을 창고에 쌓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 발송하고 있었다. 물류 전산망과 해관총서(세관) 전산망이 연동돼 통관 처리와 택배 운송 처리도 ‘원스톱’으로 처리됐다.

보세구 안의 ‘1210 반품 집합소’에는 한자로 ‘퇴(退)’라고 적힌 상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1210은 보세구를 통한 해외직구임을 뜻하는 통관코드다. 반품된 직구 상품들이 상품 생산지 본국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모인 것이다. 중국 국내에서 반품 처리되기 때문에 반품비도 해외로 보낼 때보다 싸다.

창고를 관리하는 공기업인 ‘웨이하이종합보세구흥신회사’의 리리 선씨는 “해외 상품을 중국 보세구 안에 미리 보관하고 있다가 결제가 됐을 때 배송해 주는 ‘풀필먼트(Fulfillment·물류 일괄 대행)’ 방식이라, 중국 소비자는 해외직구를 한 뒤 2~3일 안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며 “반품도 이곳에서 직접 처리한다. 중국의 해외직구 60% 이상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웨이하이 보세구는 북구(0.88㎢)와 남구(1.37㎢)로 이뤄져 있다. 웨이하이시는 창고 부지를 빌려주고, 운영은 온라인 쇼핑 등 민간 기업들이 한다. 어떤 상품을 보관할지는 각 업체 재량이다. 쿠팡도 작년부터 남구에 창고를 뒀다.

◇보세구역 창고에서 반품·환불 즉시 대응

웨이하이 보세구는 중국의 37개 해외직구 시범 도시 중 하나다. 중국은 2014년부터 ‘온라인 보세수입 제도’를 도입해 중국 정부가 지정하는 보세구역에 세운 물류센터를 통해 중국 내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할 수 있게 했다. 보세구역은 수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국내로는 상품 반입을 금지하는 구역을 말하는데, 중국은 이 규제를 푼 것이다. 시범 도시 한정이지만 사실상 중국 전역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은 해외직구 상품을 2~3일 안에 수령할 수 있게 됐다. 1인당 연간 2만6000위안(약 500만원) 한도 내에서 이 방식의 해외직구를 이용할 수 있다. 관세를 안 내는 대신 부가가치세·소비세는 내야 하는데, 법정납부세액의 70% 정도라 중국 국내에서 살 때보다 싸다.

특히, 해외직구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교환·반품 문제가 해결됐다. 해외 판매자에게 반품·교환할 상품을 보낼 필요 없이, 보세구로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보세구역을 통한 직구를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듯이 할 수도 있다. 웨이하이시의 경우 시내 한복판에는 ‘보세직구 체험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상품을 결제하면 웨이하이 보세구에서 상품이 집으로 배송된다. 통관 처리에 10분 정도 소요된다.

◇한국은 보세구역에서 국내로 물품 반입 금지돼

한국은 보세구역에서 국내로 상품 반입이 불가능하다. ‘자유무역지역 반출입 물품의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국내 자유무역지역에 지어진 글로벌 권역 물류센터(GDC)로 반입된 상품은 국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없다. 한국이 아닌 제3국에는 포장·배송할 수는 있지만 국내로는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해외직구족들은 배송 및 교환·환불 등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반품이나 교환을 하려면 해외 판매처에 다시 보내야 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평균 반품비는 6만1381원이었는데 반품 비용이 상품 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33.3%에 달했다.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도 ‘취소·환불 지연 및 거부’가 가장 많았다. 배송 출발지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국내 수입업자들과 산업계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국의 방식을 그대로 허용할 경우, 국내 수입업자들이 고사하게 된다”며 “이런 방식은 중국처럼 해외직구를 해도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많은 국가나, 홍콩·싱가포르처럼 제조업 타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들이나 가능하다”고 했다.

◇웨이하이에서 주문 다음 날에 韓 배송 가능

이처럼 중국은 풀고, 한국은 묶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해외직구를 취급하는 e커머스 기업들의 배송센터마저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웨이하이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이곳의 지리적 위치가 한국 시장을 겨냥하기 좋다는 점 때문이다. 웨이하이와 인천을 오가는 배편이 주 22편 운항 중인데, 웨이하이에서 저녁 7시에 배가 출발하면 다음 날 아침 9시 무렵 인천항에 도착한다. 웨이하이에 물류창고를 둔다면 한국의 해외직구 수요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웨이하이 보세구역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가 오전에만 구매 요청을 한다면 다음 날 배송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웨이하이와 독일 함부르크를 잇는 중국·유럽 열차, 웨이하이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잇는 중앙아시아 열차, 웨이하이와 몽골 울란바토르를 잇는 중국·몽골 열차, 웨이하이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잇는 중국·러시아 열차가 매주 3교대로 상시 운영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든 물건을 이들 지역으로 수출하는 전진기지로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웨이하이 같은 곳은 중국 내수를 겨냥하면서 한국도 노릴 수 있는 곳이라 국내에 비해 입지 조건이 더 매력적이다”며 “규제라도 한국이 유리해야 물류 경쟁이 될 텐데 지금 상황으로는 중국에 배송센터를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3/13/KSEK4MGANZAR3FKDZGW7EPZIUE/